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옛 속담이다. 이 글에 갖다붙이는 데 있어 언뜻 보면 연관성이 없을 수도 있다. 진짜 하고 싶은 말은, 사진은 시절을 남긴다는 것이다. 사진을 찍을 당시의 추억과, 표정에서 드러나는 감정선 등은 사진 속에 하나하나 고스란히 남아 전해진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사진을 남기는 것을 좋아한다. 사람의 기억은 갈수록 왜곡되고 퇴색되기 마련이다. 그 바래진 기억을 상기시키는 데는 사진만 한 것이 없다. 그게 인화된 사진이든 클라우드 갤러리에 담겨있는 사진이든 모두.
좋은 사진을 남기기 위해선 좋은 사진관을 골라야 한다. 사진관이 다 거기서 거기 아니냔 의문을 갖기 쉽지만, 사소한 것으로부터 '사진'의 본질은 이따금씩 바뀌곤 한다. 물론 사진사의 기술도 기준에 한몫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사진을 찍는 피사체와의 교감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장황한 설명이지만 퍽 단순하다. 촬영가가 '사진을 찍는 행위'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피사체를 제대로 담아내는 행위'에 초점을 둔다면 위의 교감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전년 매서운 한파에도 지치지 않았던 몸이 불과 일 년만에 많이 망가졌다는 생각이 든다. 주기적으로 다니는 병원만 해도 두 군데요, 호전되는 기미가 보여 약을 먹다 끊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돌아오는 몸상태에 항상 외출 시에도 약을 달고 산다. 그래서 안산에서 잘 봐주기로 유명하다는 이비인후과가 고잔동에 있어 다니고 있는데, 급하게 여권사진이 필요하게 됐다.
피곤한 몸을 가누고 버스로 이곳저곳 다니는 일은 생각처럼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귀찮음에 늘어지는 몸은 결국 병원 근처 사진관을 찾게 됐다. 사실 별 기대를 하고 찾은 건 아닌데, 생각보다 병원과 가까운 곳에 사진관이 하나 있었다. 생긴 지 그리 오래 된 건 아닌지 몇 없는 블로그 포스트 후기를 읽어보곤 방문을 결정했다.
나 스스로 사진을 찍는 건 좋아한다. 스튜디오 사진은 상업적이다 보니 사진의 퀄리티에서는 메리트가 있지만... 아무래도 비싸 가격적인 부담이 컸다. 그래서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잘 가진 않는다. 한 번도 만족스러운 적이 없어서 더 그랬다.
예로 1년 전 이번처럼 급하게 사진이 필요해 증명사진을 찍었는데, 대충 몇 컷 찍고 후보정은 알아서 해주고 말더라. 성격 탓에 싫은 소리는 하지 못하고 집에 돌아와서 사진을 보는데 해도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낙타처럼 혹이 생겨버린 어깨, 제대로 머리카락 정리도 해주지 않아 지저분해 보이는 모습. 정말 급한 사정이 있어 어쩔 수 없이 수용하긴 했지만 다신 가지 않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래서 방문하게 될 사진관은 제발 보통만 하길 바랐다.
포스팅 목적이 아닌 탓에 외, 내부 사진은 남겨놓은 게 없다. 부득이하게 플레이스 정보에서 가져온 외부 사진이다. 처음 맞닥뜨린 외부는 제법 빈티지스러운 느낌이 났다. 약간 골동품 가게 같기도 하고. 안에 들어갔을 때 꽤 좁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그런지 더 옛스럽고 소박해보였다. 소품으로는 옛날 사진기, 전화기가 있었고 아가들을 위한 의상인지 옛날 교복이 옷걸이에 치수별로 걸려있었다. 외부에서만 봐도 알 수 있듯 브라운 색 액자에는 자취를 남긴 사람들의 사진이 들어있었다.
신기했던 건 사진을 담아준 봉투이다. 천 봉제 주머니. 사소한 컨셉 포인트를 잘 캐치한 것 같아 새롭고 신선했다. 위에서 포스팅을 할 생각이 없다고 썼는데 이렇게 장문의 글을 적고 있는 이유는 아무래도 방문한 사진관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이 남아있어서가 아닐까.
◆ 안산 고잔동 신도시 일월년 사진관
- 2만원에 6장(원본포함) 이라는 저렴한 가격.
- 1:1로 사진 수정이 가능한 점. 지금까지 갔던 사진관은 촬영 후 포토샵을 기다리거나 나중에 리터치한 사진을 찾으러 가면 바로 받는 식이었다. 그런데 일월년 사진관은 1:1로 수정을 해주신다. 사장님 옆에 바로 앉아 사진 셀렉부터 시작해 거슬리는 부분을 그때그때 말씀드릴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었다. 후다닥 하고 넘어가시는 것도 아니고, 여유롭게 오랫동안 해주셔서 마음이 더 편했다. 40분 전에 수정에 들어가서 끝나고 보니 정각이 넘어있더라. 무슨 툴을 이용하는지 눈에 익을 만큼 꼼꼼하게 후보정을 해주셨다.
여권사진이다 보니 포토샵을 과하게 하지 못했는데, 인화된 사진을 보니 바로 알 수 있었다. 촬영가의 사진 기술과 편집자의 포토샵 기술이 완성된 사진에 미치는 힘이 크다는 것을. 업그레이드 판 본인이 되어있었다.
- 남사장님이 수정하는 모습을 홀린듯이 보고 있었는데, 실장님 같으신 분이 아메리카노를 종이컵에 담아주셨다. 사진관에서 커피를 얻어 먹은 적은 거의 처음이었다. 한 편으로 대우받았다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 앞서 말했다시피 20분이라는 시간동안 수정을 받으면서, 어떻게 하면 더 후보정을 괜찮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시는 사장님의 모습이 되게 프로페셔널하게 느껴졌다. 눈을 키운다거나 코를 세운다거나 하는 방법이 아닌데도 개선되어가는 사진을 보니 더 그랬다.
- 기분 나쁜 언사가 없었다. 타 사진관에서 가끔 툭툭 던지는 말을 들을 때마다 기분이 별로였는데 여기는 전혀 그런 게 없다.
- 위치는 엔씨백화점에서 쭉 내려가다 보면 있다.
- 여권사진 뿐만 아니라 증명사진, 가족사진, 프로필사진 등 다양하게 촬영하신다. 방문 전 사이트 들어가 사진을 봤는데 주로 가족 사진, 아이 사진, 프로필 사진을 주력으로 하시는 것 같았다. 가격 참고는 홈페이지에서.
- 나는 방문 전 예약은 하지 않고 갔었는데, 혹시 사람이 붐빌 수 있으니 전화 한 통 하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싶다.
요기요에 이어 일월년사진관 홍보대사가 된 느낌... 이지만 엄연히 내 돈을 내고 서비스를 받은 후 남긴 정당한 후기일 뿐!
더 번창하셨으면 좋겠고, 이 후기로 인해 사진관 방문이 늘어난다면 뿌듯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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